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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엇도 빠져나올 수 없는 시공간 영역 '블랙홀'

by 풍요로운 돈나무 2024.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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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블랙홀

 

목차

 

● 블랙홀

● 사건의 지평선

● 블랙홀의 특이점

 

블랙홀

 

블랙홀(black hole)은 중성자 별이 되지 못한 항성이 진화의 최종단계에서 폭발한 후 수축되어 생성된 것으로 추측되며, 강력한 밀도와 중력으로 전자기 복사, 빛을 포함한 그 무엇도 빠져나올 수 없는 시공간 영역입니다. 일반 상대성이론은 충분하게 밀집되어 있는 질량이 시공을 뒤틀어 블랙홀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을 예측합니다. 블랙홀로부터의 탈출이 불가능해지는 경계를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이라고 합니다. 어떤 물체가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갈 경우, 그 물체에게는 파멸적인 영향력이 가해지겠지만, 바깥 관찰자에게는 속도가 점점 느려져 그 경계에 영원히 닿지 않는 것처럼 보이게 됩니다. 블랙홀은 빛을 반사하지 않기에 이상적 흑체처럼 행동합니다. 또한 휘어진 시공간의 양자장론에 의하면 사건의 지평선은 블랙홀의 질량에 반비례하는 온도를 가진 흑체 같은 스펙트럼의 열복사를 방출하고, 이것을 호킹 복사라고 합니다. 항성질량급 블랙홀의 경우 이 온도가 수십억 분의 1 켈빈 수준이기에 그 열복사를 관측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중력장이 너무 강해 빛이 탈출할 수 없는 천체의 개념은 18세기에 존 미첼과 피에르시몽 드 라플라스 후작이 처음 생각해 냈고, 블랙홀로 특징지어지는 일반상대론의 최초의 근대적인 해는 1916년 카를 슈바르츠실트가 발견하였습니다. 그러나 아무것도 탈출할 수 없는 공간상의 영역이라는 해석은 1958년 데이비드 핀켈스타인의 논문에서 처음 등장하였습니다. 블랙홀은 오랫동안 수학적 관심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1960년대에는 블랙홀이 일반상대론에서 유도된 것임을 증명하는 이론적 연구들이 행해졌습니다. 중성자별의 발견은 중력붕괴한 밀집성이 천체물리학적 실체로서 존재할 가능성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켰습니다.

 

항성질량급 블랙홀은 질량이 매우 큰 항성들이 그 수명이 다했을 때 붕괴하여 만들어지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블랙홀은 형성된 후에도 주위의 질량을 흡수하여 성장할 수 있습니다. 다른 항성을 흡수하거나 블랙홀들끼리 융합하면서 초대질량 블랙홀이 형성될 수 있고, 대부분의 은하의 중심에는 초대질량 블랙홀이 존재한다는 것이 과학계의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블랙홀의 안을 들여다볼 수는 없지만, 블랙홀이 다른 물질과 상호작용하는 것을 통하여 그 성질을 알아낼 수 있습니다. 블랙홀 위로 낙하한 물질은 강착원반을 형성하며, 원반은 마찰열로 인하여 뜨거워져서 열복사로 빛납니다. 우주에서 가장 밝은 천체인 퀘이사는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만들어집니다. 블랙홀 주위를 공전하는 다른 항성이 있을 경우에 그 궤도를 통하여 블랙홀의 질량과 위치를 정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측을 통하여 중성자별을 비롯한 다른 유사 천체들을 제외함으로써 천문학자들은 블랙홀 후보들이 포함된 쌍성계를 셀 수 없이 많이 발견해 냈습니다.

 

2016년 2월 11일 LIGO 합동연구진은 두 개의 블랙홀이 서로 융합하면서 발생한 중력파를 감지함으로써 역사상 최초의 중력파 관측에 성공했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이것은 최초의 중력파 관측이며 동시에 최초로 블랙홀 쌍성계 융합이 관측된 사례이기도 합니다.

 

2019년 4월 10일 대한민국에서도 정태현 등 10명의 연구진의 참여한 EHT(사건지평선망원경, EHT, Event Horizon Telescope) 연구팀은 처녀자리 A 은하에서 인류 최초로 찍은 블랙홀의 사진을 공개하였습니다. 전파망원경의 파장을 작게 만들거나 망원경을 크게 만들어 해상도를 높여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1.3mm 수준의 작은 전파를 사용하여 지구 전역에 흩어진 8대의 전파망원경들을 동시에 사용해 사실상 지구 크기의 전파망원경을 쓴 것과 같은 효과를 냈습니다. 연구 결과 사진의 블랙홀은 블랙홀 뒤에서 온 빛이나 주변에서 발생한 빛이 블랙홀의 중력에 의하여 휘감겨 형성된 고리 모양의 구조 안쪽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공간은 내부의 빛이 빠져나오지 못하여 형성되며 '블랙홀의 그림자'라고 불립니다.

 

사건의 지평선

 

블랙홀의 가장 결정적 특징은 사건의 지평선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의 지평선은 물질과 빛이 블랙홀의 질량을 향해 안으로 들어갈 수만 있고 밖으로 나올 수는 없는 시공간상의 경계입니다. 그 무엇도 심지어 빛마저 사건의 지평선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탈출할 수 없습니다. 사건의 지평선이라는 이름은 그 경계에서 '사건(event)'이 벌어지며 그 사건에 대한 정보는 외부의 관찰자에게 도달할 수가 없어서 그 사건이 벌어졌는지의 여부조차 알 수 없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일반상대론에 의하여 예측되는 바에 따르면, 질량의 존재는 시공간을 왜곡시켜 입자의 경로를 그 질량 방향으로 구부러지게 만듭니다.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에서는 이 왜곡이 아주 심해져서 블랙홀 바깥으로 향하는 경로가 존재할 수 없게 됩니다.

 

멀리 떨어진 외부 관찰자가의 눈에는 블랙홀 근처의 시계는 블랙홀에서 멀리 떨어진 시계보다 더 느리게 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중력적 시간지연 이 효과에 의하여 블랙홀로 낙하하는 물체는 사건의 지평선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더 느려지는 것처럼 보이고, 사건의 지평선에 닿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무한대가 됩니다. 즉 사건의 지평선에 닿는 것이 외부에서는 관찰될 수 없습니다. 외부에서 고정된 관찰자가 보기에는 이 물체의 모든 과정은 느려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물체에서 방출되는 빛도 점점 파장이 길어지고 어두워집니다. 최종적으로 낙하하는 물체는 너무 어두워져서 보이지 않게 됩니다.

 

블랙홀로 낙하하는 파괴될 수 없는 관찰자는 이러한 효과를 경험하지 못합니다. 블랙홀로 낙하 중인 관찰자가 보기에 자신의 시계는 멀쩡하게 작동하는 것처럼 보이고, 유한한 시간이 지난 후에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도 아무런 특이한 현상을 느끼지 못합니다. 다시 말해 사건의 지평선 가까이에서 관찰했을 때 사건의 지평선의 위치를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의 모양은 언제나 대략적 구형입니다. 회전하지 않는 블랙홀의 경우 사건의 지평선은 정확한 구형을 이루며, 회전하는 블랙홀은 사건의 지평선이 약간 찌그러진 회전타원체가 됩니다.

 

블랙홀의 특이점

 

블랙홀 중심에는 일반상대론에 따라 시공간의 곡률과 밀도가 무한대가 되는 곳인 중력 특이점(singularity)이 존재합니다. 회전하지 않는 블랙홀의 경우에 특이점은 하나의 점의 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회전하는 블랙홀의 경우에는 회전 평면상의 고리 모양 즉 고리 특이점을 갖습니다. 두 경우 모두 특이점의 부피는 0입니다. 또 블랙홀 해에서 구해지는 질량은 모두 특이점에 모여 있습니다. 이 때문에 특이점의 질량밀도는 무한대가 될 것으로 추정합니다.

 

회전하지 않으며 전하량도 없는 슈바르츠실트 블랙홀로 낙하하는 관찰자는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서면 무조건 특이점으로 끌려가게 되어 있습니다. 역방향 가속을 통하여 그 과정을 늦출 수는 있지만 그것도 곧 한계에 이르게 되고, 특정 속도에 도달하면 남은 거리는 자유낙하로 직행하게 됩니다. 특이점에 도달한 관찰자는 무한한 밀도에 의하여 짓뭉개지고 관찰자의 질량은 블랙홀의 질량에 더해져서 블랙홀의 총질량이 그만큼 증가합니다. 짓뭉개지기 전에 관찰자는 조석력에 의하여 길쭉하게 늘어져 찢어질 것이며, 이것을 국수 효과라고 부릅니다.

 

전하량을 갖는 라이스너–노르드스트룀 블랙홀이나 회전하는 커 블랙홀의 경우, 특이점을 회피할 수 있으며, 이를 확장하면 블랙홀이 웜홀로 기능하여 다른 시공간으로 탈출할 수 있는 가설상의 가능성이 열리게 됩니다. 그러나 다른 우주로의 여행이란 오로지 가설상의 가능성일 뿐이며, 아주 작은 동요로도 그 가능성은 불가능해질 것입니다. 커 블랙홀의 특이점 주위로는 닫힌 시간곡선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에 따라 인과율상의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적절한 양자론적 처치를 거치면 라이스너–노르드스트룀 블랙홀이나 커 블랙홀 주위에서의 웜홀이나 인과율 역설 따위의 일은 모두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일반상대론에서 특이점이 나타나는 것은 대개는 일반상대론의 붕괴를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붕괴는 사실상 예상되어 있는 것으로, 극도의 고밀도와 그것으로 인하여 입자 상호작용으로 인한 양자효과로 그 행동을 설명할 수 있는 상황에서 상대론의 붕괴가 일어납니다. 현재까지 양자론과 상대론을 하나의 이론으로 묶는 데 성공한 사례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양자중력이론 등의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만약 이 두 개의 이론의 융합이 성공하게 된다면 그렇게 해서 도출되는 새로운 이론에서는 특이점이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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